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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09 10:00
[변협신문] 다문화가정의 本流 베트남을 가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9,609  

아오자이 신부들이 떠나온 곳, 베트남 방문기
“베트남 법률단체와 협조해 결혼이주여성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이종수 변호사·변협 다문화소위 위원

이혼사건을 많이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사례도 많이 접하게 된다.
결혼이주여성 이혼의 경우, 열악한 경제 사정에다 나이 및 문화 차이가 커서 문제가 커지곤 한다. 때문에 신부가 몇 년씩 무단 가출을 한다거나, 한국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 학대 수준의 비인격적 대우 등 갈등 상황이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결별 원인은 예외없이 상대방에 대해 “속았다”는 감정이다. 이것은 결혼 전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취득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 남성은 ‘자녀와 집안을 잘 돌봐줄 수 있는 순종적인 부인’을,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은 물론 모국의 가족들에게도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있는 남편’을 원했을 때 서로의 이해가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개업자의 왜곡된 정보만 믿고 서둘러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무리한 짝짓기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이 행복해지기는 힘들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 불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사회부적응자, 소외계층을 형성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 우려가 나를 대한변협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이하 다문화소위)에서 활동하도록 만들었다.
소위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임신과 출산, 이직을 겪었고, 변호사 업무까지 하면서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노는 시간에 잠까지 줄여가며 다문화가정 지원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내 작은 노력으로 앞으로 우리 아이들도 그들과 살아가게 될 미래의 다문화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다문화소위는 전국 200개소 다문화지원센터와 연계한 1센터 1변호사 제도의 정착, 청도베트남 여성살해사건 법률지원, 온라인 상담사이트 마련, 결혼중개업법 개정안 준비 등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항상 남는 아쉬움은 우리의 노력이 혹시 탁상공론이어서 현실에 맞는 제대로 된 지원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문화센터 관계자 초빙 강의도 듣고, 지역을 나누어서 전국 다문화센터를 돌며 실태 파악도 했지만 역시 뭔가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결혼이주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지, 현지의 지원책은 없을지, 결혼 결정 전 단계에서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가능한지… 결국 수많은 궁금한 것들을 현지로 직접 날아가 알아봐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그 대상국은 일단 베트남으로 정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들어오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출장에는 임준호 전 사업이사, 오세창 감사, 김재련 다문화소위 위원장, 이정원 간사, 채희정 과장이 함께 가기로 했다. 평위원이었던 나는 앞선 말한 의문을 직접 풀고 싶어서 자비 부담으로 동행을 결심했다.
1월 11일, 나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급히 노트북과 증거 서류를 챙겨 들고 호치민으로 가는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낮 11시 50분, 베트남의 수도 호치민시 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여성 살해사건 때부터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던 백무열 변호사님이 마중나와 있었고, 그의 안내로 식당으로 이동했다. 첫 끼니를 담당해 준 한국식당의 종업원들은 모두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있었다. 아오자이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속에는 통이 넓은 바지가 있어 활동성이 좋았다. 마치 외모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내면적으로 강한 그들의 민족성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곧이어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네 변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타국으로 와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로스쿨제도로 갑자기 늘어난 청년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이나 새로운 직역에의 진출도 어려운 일만은 아니겠다는 희망도 보았다.

이튿날 오전 10시, 호치민 총영사관 방문했다. 오재학 총영사관을 비롯해 다섯 분의 영사들로부터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결혼이주여성들 교육을 맡고 있으며, 저학력에 시골 출신인 여성들로 ‘자기를 희생해 가족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여성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각종 지원은 물론이고 각 센터에 연계된 변호사들로부터 특히 ‘레인보우 홈페이지’를 통해 베트남어로 법률자문 받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잘 안내해 달라며 브로슈어 등을 전달했다.
오후 2시, 한인회를 방문해 김종열·박재호 부회장, 김기영 문화원장, 리산 ACEF 사무국장 등과 면담을 가질 수 있었다. 교민들은 변협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하고, 베트남어로 된 법률상담사이트 브로슈어에 고마워했다.
이어 오후 6시 베트남 현지인들과 만나는 일정도 시작됐다. 베트남 현지 법조인, 교수 등을 초대한 만찬자리이다. 이들은 대한변협에 해당하는 베트남법률연맹 산하 국제협력위원회를 통한 협력을 제안했다.

셋째날인 13일 아침,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인 여성연합회를 방문했다. 한-베 국제결혼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자리였다. 베트남 여성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는 국제결혼중개를 직접 해왔고, 총 2742명을 상담해 272쌍의 결혼을 주선했으며, 그중 0.1%인 3쌍만이 이혼했고, 나머지 269쌍은 잘살고 있다고 했다. 와우!
10%가 넘어선 한국사회의 이혼율을 생각할 때 불과 0.1%의 이혼율은 기적적인 수치였고, 한-베 국제결혼이 문화적 차이로 더 불안정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놀라운 수치였다.
요컨대 앞으로 결혼중개만 제대로 한다면 국제결혼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오후 2시, 호치민변호사회를 방문한 우리는 ABA(미국변호사협회) 산하 ROLI와 한-베 국제결혼 실태에 관한 공동조사와 함께 양국 법조인들이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국변호사협회는 자국의 결혼이민에 관련한 베트남측의 법률이 새로 나오거나 개정사항이 있으면 영문으로 보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촬영을 하는데, 사진 촬영을 맡은 베트남측 변호사가 ‘치즈’ 대신 ‘Legal Fee(수임료)’라고 외치자고 말한다. ‘리(글)’이나 ‘피’를 발음할 때도 ‘치(즈)’와 마찬가지로 웃는 입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무료변호 활동도 좋지만, 역시 변호사들은 어느 나라난 두둑한 수임료를 받을 때 입이 찢어지는 거, 나도 부인하지 않겠다. 하하.
오재학 총영사관님의 초대로 관저에서 만찬을 갖는 영광을 누렸다. 와인과 함께 맛깔스러운 한국음식과 베트남음식이 코스로 차려졌고, 담소로 분주했던 공식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4일 넷째날, 베트남의 자연과 시골 생활을 직접 보는 것이 한국으로 시집가는 베트남여성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박상순 영사의 제안으로 메콩델타 투어에 참여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호텔에서 쉬고 싶었던 마음도 막상 쿨롱(Cuu Long)강에서 배를 타고 나니 이국적인 자연경관으로 인해 피곤함이 말끔히 사라졌다.
수심이 깊고 넓은 강이 주는 편안함, 자연의 품에 안기는 듯한 안정감, 그리고 메콩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기름진 삼각주, 열대 몬순기후가 만들어 내는 울창한 열대우림, 사탕수수·바나나·코코넛을 재배하는 농장들은 비옥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속의 베트남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대로 된 지붕도 없는 주거시설, 관광객을 위해 힘겹게 노를 젓는 여인들, 꿀을 파는 아이들 얼굴에서 치즈한 웃음도 리글피한 웃음 한 조각도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초록의 우림처럼 대물림되며 그들을 옭아매온 지독한 가난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이 코리안 드림은 아닐까.

인천으로 돌아오는 밤 비행기 속에서 나는 베트남 일정을 정리해 보았다. 결국 영리만을 목적으로 한 결혼중개업자들이 ‘결혼 성사’ 수수료만 따내려는 욕심에 국제결혼을 원했던 한국 남성이나 베트남 여성이나 상대방에 대한 왜곡되거나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사를 위해 무리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것이 갈등의 주요인이었다.
베트남에서 보낸 바쁜 일정 속에서 배운 많은 것들 덕에 나도 앞으로의 변협이 해야 할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다.
그만큼 할 일도 의욕도 더 많아졌으니, 나는 리글 피가 전혀 없는 이 일에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될까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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